활자

뼈아픈 후회

원리 2012. 12. 16. 16:08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황지우, 뼈아픈 후회.



후에 시인은 시집을 묶으면서 시를 고쳤다. 그래서 뼈아픈 후회는 두 버전이있는데,

나는 수정 후의 시가 좋더라. (위의 시는 수정 후의 시다.)

그리고 저 위에 써놓은 것보다 적어도 다섯배는 긴 시다.

나는 시가 저 만큼만 쓰여졌으면 하고 바랬고, 저 정도만 기억하고 있다.


사랑했던 자리를 폐허로 만드는 놈은 순수일 것이다.

나는 순수가 버겁다. 


순수하길 바랐고, 순수한 사람과 관계하길 바랐건만.

사람이 순수하다는 것이. 이젠 내게 거절의 이유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실제로 나는 순수하지 못한 사람을 찾고있다.



*시인이 그랬듯, 만약 내가 저 시를 한번 더 수정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을 나를 받아들인 모든 사람들. 로 고치고 싶다.

시인은 정적인 사람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