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혼돈, 추위, 탄저균이 든 봉투, 아프가니스탄 침공, 대니얼 펄의 사형집행으로 시끄럽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이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 않다. 난 나만의 성역을, 거주민이라고는 오직 둘뿐인 안락한 왕국을 만들어냈다.
-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뮈소
밖은 혼돈, 추위, 탄저균이 든 봉투, 아프가니스탄 침공, 대니얼 펄의 사형집행으로 시끄럽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이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 않다. 난 나만의 성역을, 거주민이라고는 오직 둘뿐인 안락한 왕국을 만들어냈다.
-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뮈소
그래 이제 난 무엇을 하지?
네가 떠나버린 지금.
넌 내게 지구 전체를 남겨주었지만,
너 없는 지구는 얼마나 좁은지.
-Gilbert Becaud 샹송 가사
나는 다 읽은 편지를 원래대로 살며시 접었다.
에리코씨의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 가슴이 저렸다.
언젠가는 아무리 편지를 펼쳐도 이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이 가장 고통스럽다.
-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우리는 나의 세계에 갇혔다. 나의 세계에서 우리는 위대했고 사랑했다. 나의 세계는 오직 나의 자아다. 나는 너라는 자아. 아직은 타자인 어쩌면 영원히 타자일 너와 소통했어야 했다. 인간에게는 언어라는 최소한의 소통 도구가 있었고, 우리는 때때로 몸을 부딪힐 수도 있는 관계였다. 몸을 부비며, 함께 춤을 추거나 혹은 노래를 부르며, 눈을 마주하며 네게 나를 소개하며, 동시에 너를 알아갔어야 했다. 소통했어야 했다. 때로는 네 세계에 놀러가고 때로는 나의 세계에 초대하면서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의 간극을 좁혀나갔어야 했다.
자꾸 추억하고 희비를 추가해 꾸며줘야 기억은 생명을 갖는다.
방치된 기억은 색이 바라고 흐려지며 사라진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황지우, 뼈아픈 후회.
후에 시인은 시집을 묶으면서 시를 고쳤다. 그래서 뼈아픈 후회는 두 버전이있는데,
나는 수정 후의 시가 좋더라. (위의 시는 수정 후의 시다.)
그리고 저 위에 써놓은 것보다 적어도 다섯배는 긴 시다.
나는 시가 저 만큼만 쓰여졌으면 하고 바랬고, 저 정도만 기억하고 있다.
사랑했던 자리를 폐허로 만드는 놈은 순수일 것이다.
나는 순수가 버겁다.
순수하길 바랐고, 순수한 사람과 관계하길 바랐건만.
사람이 순수하다는 것이. 이젠 내게 거절의 이유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실제로 나는 순수하지 못한 사람을 찾고있다.
*시인이 그랬듯, 만약 내가 저 시를 한번 더 수정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을 나를 받아들인 모든 사람들. 로 고치고 싶다.
시인은 정적인 사람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