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식한테 편지를 쓰자니 좀 이상한 기분이다, 얘. 하지만 요즘 신변의 위험을 느끼는 일이 있어서, 만에 하나를 위하여 그냥 써보는거야. 치, 그래봐야 장난이지만. 언젠가 우리 둘이 웃으면서 읽도록하자.
하지만 너, 생각해 봐. 내가 죽으면, 너 외톨이잖아. 미카게나 다름없다구. 웃을 일이 아니야. 우린 친척 하나 없어. 네 엄마랑 결혼할 때는 버린 자식 취급받았고, 내가 여자가 되었을 때는, 사람들한테 들으니까 날 저주한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행여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연락할 생각 마. 알겠지?
있잖니 유이치, 세상에는 참 갖가지 사람이 많더라.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데, 시궁창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더라니까. 일부러 타인이 혐오할 짓을 하여 그 사람의 관심을 끌려는 사람, 그게 도가 지나쳐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 그런 사람들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제 아무리 열심히 괴로워해도 동정의 여지가 없어. 안 그렇겠니, 난 몸 하나로 당당하고 활기차게 살아왔는 걸. 난 아름다워. 난 빛나고 있어. 나는 혹 뜻하지 않은 사람이 나한테 매료되었다 해도 내 아름다움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세금쯤이라고 생각하고 체념하고 있단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살해당해도 그건 사고야. 이상한 상상 하지 말거라. 너와 함께 살았던 나를 믿어.
나 말이지, 이 편지만큼은 번듯하게 남자들 말투로 쓰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이상하구나. 부끄러워서 도무지 써지지가 않는다. 난, 이렇게 오래도록 여자로 지내는데도, 아직 어딘가에 남장니 자신이, 원래의 자신이 남아 있나봐. 아버지 역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제 심신이 여자, 명실상부한 엄마야. 우습구나.
난 내 인생을 사랑하고 있다. 남자였던 과거도, 네 엄마랑 결혼했던 일도, 그녀가 죽은 후에, 여자로 살아온 세월도, 너를 키워 성장시킨 것도, 함께 즐겁게 산것.... 아아, 미카게를 내 집에 들인 것! 그땐 정말 즐거웠지. 어째 미카게를 만나고 싶구나. 그 애도 소중한 내 자식이다.
아아, 무지무지 감상적인 기분이다.
미카게한테 안부 전해 다오. 남자 앞에서 다리에 난 털 탈색하지 말라고, 그렇게 전해라. 꼴불견이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동봉한 것은 내 재산 전부다. 어차피 서류니 뭐니 하는 것들은 봐야 모르겠지. 변호사한테 연락해라. 그래 봐야 가게 외에는 전부 네 것이다. 외동이란 참 좋은 것이로구나.